감기에 걸렸다.
지난 토요일 저녁, 밤이 아쉬워서 잠들지 않았다. 새벽 5시쯤 돼서야 드는 생각은
'그래.. 조금 졸리지만 이왕 버틴 김에 밤을 새워서 내일 저녁에 자자~'
이와 같은 다짐은 3시간도 채 유지되지 않았다..,. 오전 7시였을까? 지인이 소개해준
방 탈출 관련 영화를 다운 받아서 보다가 디스플레이와 함께 스르르 잠들어버렸다...
피로가 너무 누적되어였을까? 금요일에 고생을 한 탓이었을까?
그 어떠한 꿈도 꾸지 아니하고 14시간이라는 긴 숙면을 취했다.
그 모습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드라큘라 백작의 영면(永眠)이었다.
일어났을 때 나의 모습은 두 손은 포개어 배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고개를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깊은 수면에 있어 정말 훌륭한 자세였으나,
한 가지 오점이 있었다. 선풍기가 1[m] 내외에서 내 콧구멍을 향해 '고정'으로
바람을 발사하고 있었다.
바로 목이 따가운걸 인지했고, 몇 시간이 흐르자... 묽은 콧물은 폭포수처럼 흐른다.
이렇게 목이 아파본건 정말 오랜만이다. 여름 감기 개도 안 걸린다더니..
선풍기 14시간을 쐬었으니 마땅하긴 하다.
이로 인해 당연히 당일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
6시간 뒤면 출근이네..? 5시간 뒤면.. 3시간....???
이러다 못 자고 출근할 거 같다고 생각이 들 때쯤 깊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이걸 새벽에 문자를 남겨놓고 오전에 병원을 다녀와야 하나,
아침에 출근했다가 전화로 상황을 말하고 병원에 잠깐 다녀와야 하나, 등등.....
여러 고민을 하다가 평소보다 20분이나 앞선 시간인
7시 20분에 기상해서 따뜻한 물로 몸을 적신다.
회사에 출근하여 직장 상사에게 보고한 후 10분 거리의 병원으로 출발한다.
나는 원래 병원을 믿지 않았다. 웬만큼 아픈 건 병원을 찾는 일이 드물었다.
교통사고 나서 소생실에 실려갔을 때를 포함하여 10손가락도 못 채울 거 같다.
그 이유는, 초등학교 때 배운 '위약효과'라는 말이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그 말의 의미를 다시 되새김질하고자 검색하여 알아본 바로는
위약효과=플라시보 효과였다.
역시.. 전문 용어 빼놓으면 섭하지..
플라시보 효과는 '기쁨을 주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으며,
의사가 효과 없는 가짜 약 or 치료방법을 환자에게 제안하면, 환자는 믿음으로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이다.
어쩐지.. 군대에 있을 때 의무대를 가면 허리가 아파도, 감기에 걸려도, 어디를 다쳐도 의문의 빨간약을 선사한다. 약이 다 똑같이 생겼다... 약효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병원에 가지 않는 이유 두 번째는 그 약이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약에 의지하고 내성이 떨어질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은 적당히 더럽게, 그렇게 적응해야 한다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날 수긍시켰다. 먼지 하나에도 질색하는 결벽증의 사람이 있으면 쉽게 바이러스의 표적이 되며, 쉽게 병들 것만 같다. 미래엔 공공장소를 청소해 줄 사람이 없을지, 길거리가 쓰레기 바닥이 될지, 전쟁이 나서 화학 공격을 받을지,
천재지변이 발생해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할지 대통령도 모르고 신도 모른다.
나 같이 세상에 대적하려 하고 부정적인 놈들은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 의미인 노시보 효과를 알아야 한다.
진짜 약을 처방해도 그 약이 해롭거나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환자의 믿음으로 약효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의미의 본질은 자기 자신의 믿음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서 약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은 지금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 사이에서 싸우고 있다.
내가 오전, 점심에 먹은 약들이 내 몸속에서 잘 싸워주기를..
점심 먹고 약 먹으니깐 졸리다... 이야기 끝-


